공부든 뭐든 꼭 보상을 요구하는 아이
Q. 초등학교 3학년 딸이 공부를 할 때마다 보상을 요구해서 걱정입니다. 어릴 때부터 칭찬 스티커를 많이 줘버릇한 데서 오는 부작용인 것 같아요. 칭찬받을 행동을 하면 스티커를 주고 일정한 수가 모이면 인형이나 옷 등을 사주곤 했거든요. 그런데 크고 나니 공부 한 시간에 게임 한 시간을 요구한다거나, 시험에서 100점을 맞으면 원하는 물건을 사달라는 등 반드시 보상을 요구합니다. 상이 없으면 아무 노력도 하려들지 않으니 걱정이 큽니다.
A. 보상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합니다.
보상은 나쁘지 않습니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보상에 따라 움직이고 보상을 통해 새로운 것을 학습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감사인사를 합니다. 감사인사는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요? 어릴 때 어른들이 “감사합니다 해야지.”하고 일러주고, 인사하면 잘했다고 칭찬해 주면서 학습이 된 것이죠. 칭찬이란 보상을 통해 습관을 만든 것인데 심리학적으로는 이를 ‘강화’라고 합니다. 어떤 행동을 계속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강화라고 하는데 보상은 강화를 이루는 기본 방법입니다.
물론 보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먹을 것 등 원하는 물건을 주는 것도 보상이지만 칭찬하고 밝게 웃어주는 것도 보상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더 할 수 있는 권리를 주거나 싫어하는 일을 피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보상이죠. 인간에게는 내적인 보상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면 우리는 더 똑똑해졌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스스로가 더 강해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나면 뿌듯한 기분이 올라오고 친구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 모든 것이 내적 보상입니다. 자신이 발전하고 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보상입니다.
아이의 경우 지나치게 외적인 보상에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외적인 보상과 내적인 보상을 결합하지 못했을 때 나오는 현상이죠. 아이가 뭔가를 잘해냈을 때 우리는 장난감 같은 것을 사줄 수 있습니다. 그건 외적 보상입니다. 그런데 장난감을 가졌다는 사실에만 기쁨을 느끼게 하면 곤란합니다. 그 일을 잘해냈다는 기쁨과 보람을 함께 연결 지어주어야 합니다. 예컨대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야, 실력이 쑥쑥 자라겠는걸. 오늘도 아는 게 새로 생겼네? 우리 아들이 좀 더 자란 느낌이구나.”라는 식으로 격려를 해주세요. 우리 모두는 뭔가를 새롭게 알았다거나 예전에 못 풀던 문제를 풀게 되었을 때 발전했다는 뿌듯함과 기쁨을 느낍니다. 이 기쁨을 분명하게 짚어줘야 합니다. 외적인 보상은 작은 것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내적인 보상임을 자주 이야기해 줄 때 아이는 보상중독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적잖은 부모들이 외적 보상을 주는 데만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상을 내걸어 목표를 달성하게 하고 부모는 그것을 잘 해냈는지 마치 검사관이라도 된 듯 확인하고 상을 주죠.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돕고, 함께 느끼며 기뻐하는 코치가 되어야 하는데 회사 사장이라도 된 듯 아이를 평가하고 물건으로 아이의 마음을 흔들려 합니다. 가끔은 아이와 싸우기도 하죠. 이 정도면 애초에 약속한 기준에 못 미치니 상을 줄 수 없다고 하고 아이는 ‘엄마는 맨날 자기 마음대로만 한다’고 공격합니다. 아이의 공격이 무서워 적당히 들어주고는 내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염려합니다. 왜 부모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까?
부모부터 보상에 대한 원칙을 세우도록 하십시오. 부모가 보상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이를 교육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보상은 수단이지 목표가 되어선 안 됩니다. 아이가 보상을 목표로 하는 순간 일은 잘못되고 있는 것이죠. 아이와 목표를 함께 이야기하고, 그 목표가 왜 좋은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연습이 필요한데 연습이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기에 보상을 사용하여 도움을 주려한다고 밝혀야 합니다.
“7시엔 책상에 앉아 숙제를 시작해야 해. 그래야 끝내고 엄마와 함께 책도 보고 놀다가 잘 수 있잖아. 자기 할 일을 제때 해내는 것은 꼭 필요한 거야. 그래야 멋진 사람이지. 그런데 처음엔 시간 지키기가 쉽지 않아. 그러니 엄마가 조금 도움을 줄게. 7시에 스스로 책상에 가서 앉으면 스티커를 붙여줄게. 스티커가 일주일에 4번 모이면 토요일에 딱지를 사러 가자.”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7시에 못 앉고 7시 10분에 앉았다면 어떻게 할까요? 아이는 그래도 앉았으니 스티커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약속이 그렇지 않으니 주기는 곤란하죠. 말도 안 된다고 말해야 할까요? 이때 부모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너무 아깝다. 진짜. 좀 억울한 생각이 들겠다. 평소보다는 잘 하고 발전한 것인데.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까 어쩔 수 없고. 엄마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되면 곤란하잖아. 우리 아들도 약속 잘 지키는 엄마를 바라니까. 엄마가 그래도 발전한 것이니 크게 칭찬해주고, 내일은 더 발전해서 스티커를 꼭 붙이도록 하자. 아들, 파이팅!”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격려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부모는 유지해야 합니다. 실패해도 격려하고, 너무 힘에 부쳐 하면 약간 도와줘서 성공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의욕을 잃으면 목표를 낮춰서라도 한 단계씩 발전하도록 도와줘야죠. 보상이 중심이 아니라 발전이 중심에 놓이게 해야 합니다. 보상은 도구에 불과합니다.
성공할 경우에도 외적인 보상을 내적인 보상과 반드시 연결해서 줘야 합니다. 물건을 하나 던져주면 그만이 아니죠. 외적인 보상은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독으로 사용하면 보상에 의존하게 만듭니다. 외적 보상은 아이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데, 기분이 좋은 이유를 그저 물건을 갖게 되어서라고 아이가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물건만 탐하게 됩니다.
아이가 좋은 기분을 자신의 발전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도 발전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이 보상을 할 때 반드시 칭찬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외적 보상을 할 때 칭찬을 결합하면 아이는 외적 보상을 내적 동기를 높이는 도구로 이용합니다. 물건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진 면이 있지만 아이는 자신이 발전해서 물건도 받게 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기분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게 되죠.
부모들은 흔히 어느 것을 보상에 사용해야 할까를 고민합니다. 강화물의 내용에 주로 신경 쓰죠. 하지만 강화물보다는 강화물을 줄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하면서 주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빠지면 아이는 보상을 마치 노동하고 받는 월급처럼 여기고 맙니다. 부모에게 ‘닥치고 보상이나 빨리 주라’는 식으로 대하게 되죠. 아이가 그럴 때 부모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칭찬을 반드시 하고, 칭찬은 무엇을 잘 한 것인지, 그래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구체적으로 집어 줘야 합니다.
물론 보상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강화물은 너무 큰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작은 선물이 좋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딱지같이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자잘한 물건이나 음료수같은 것이 좋습니다. 레고나 비싼 장난감을 선물로 주면 부모는 본전 생각이 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를 자꾸 평가하는 태도로 보게 되고 가급적 보상해주기를 꺼리게 되죠. 보상은 자주 해줘야 효과적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보상을 통해서 우리는 행동을 강화합니다. 그러니 보상은 자주 있어야 강화가 빨리 이뤄집니다. 큰 선물은 자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행동의 강화가 어려워지죠. 가끔 스티커 등을 이용하여 상징적 보상물을 준 후 모아서 최종적인 강화물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너무 많은 스티커를 모아야 할 경우 흐지부지되기가 쉽습니다.
보상의 내용이 아이가 가진 당연한 권리를 주는 것이어선 곤란합니다. 예를 들어 숙제를 다 마쳐야 놀 수도 있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처벌에 해당합니다. 노는 것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일상입니다. 그런 일상을 완전히 빼앗는 것은 부모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강력해서 효과가 좋을 듯싶지만 막상 시행해보면 강력해서 부모가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작은 보상물과 칭찬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으니 무리한 행동 규정을 만들지 마십시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보상의 효과는 아주 좋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외적 보상만 취하는 습관이 들었나 봅니다. 이럴 경우 당분간은 보상을 중단하는 편이 좋습니다. 게임은 일정 시간을 정해서 그냥 허용해주세요. 자기 할 일을 끝내면 나머지 시간은 아이가 알아서 할 자유를 주십시오. 공부는 자신을 위해 하는 것임을 깨닫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꼭 필요하겠습니다. 그런 깨달음은 ‘잔소리’가 아닌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이런 말도 좋습니다. “네가 발전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엄마도 어떤 날은 발전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못하는 날이 있는데 네가 나보다 나은 것 같다.” 이런 격려를 받으면 아이는 공부를 통해 자신이 발전한다는 느낌, 더 큰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 느낌이 시작입니다.
- 글
- 서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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